그림자놀이

그림자놀이 / 박남희

내 햇빛을 누군가에게 양도할 수 없듯이
내 그림자를 남에게 양도할 수 없다

스스로의 몸에 거짓을 키우자
무거운 그림자를 가볍게 여기는 거짓
그림자에 날개가 달렸다고 생각하는 거짓

그런 후 내 몸의 모든 거짓을
풍선에 매달아 공중으로 둥둥 띄우자

그러면 무거운 내 그림자와 멀어질 수 있다

멀어진 그림자는 이미 내 것이 아닌 것
희미한 내 그림자 속에
은밀한 남의 그림자를 슬쩍 겹쳐놓자

그림자들이 서로 숨바꼭질 하도록 내버려 두자
어떤 몸도 그림자를 간섭할 수 없도록
스스로의 몸에 망각을 키우자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인형의 섬뜩한 눈빛도
그림자의 움직임을 쉽게 예측할 수 없게
착한 그림자를 사납게 여기는 것
달고나처럼
그림자만 보면 입에 침이 고이게 만드는 것

그리하여 어디에도 없던 그림자를 불러내어
그림자꽃이 피었습니다
그림자꽃이 피었습니다
신명나게 그림자놀이를 하는 것

만질 수 없는 몸보다 그림자가 훨씬 재미있다는 것을

잊혀진 몸에게 당당히 선언하는 것

*계간 <다시올문학> 2022년 봄호.

– 작성 박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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