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서
이현주 @ego
2022-04-11
박남희 시인의 〈밀서〉는 구름과 새소리, 편지가 되는 것들을 통해 누구나 읽었지만 아무도 읽을 수 없었던 내면의 편지를 은유한 시입니다.

밀서 / 박남희
새 소리를 들으면서 구름을 본다 구름이 숨겨놓은 말 버려지며 낡아가며 편지가 되던 것들 제 몸의 중력을 남몰래 읽던 눈, 눈이 내린다
새소리는 새의 소리가 아니에요 구름을 들추다보면 어떤 꽃이 피나요? 구름이 자신에게 무어라고 자꾸 중얼거리고 중얼거리며 편지가 되는 것들
남 몰래 들추어보는 손, 손이 없는 날 당신도 없고
더 이상 나를 부르지 마세요 나를 편지라고 부르지 마세요 그동안 나를 읽으며 가던 것들을 더 이상 바람이라고 말하지 마세요
내 안의 바람 쪽으로 느리게 내려오던 것들 내려와 글썽이던 것들
그동안 누구나 읽었지만 아무도 읽을 수 없었던 것들
이 편지를 당신에게 드릴게요
*계간 2022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