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poets-town
뜻밖의 선물
이현주 @ego
2022-04-02
박남희 시인의 〈뜻밖의 선물〉은 말복 더위가 물러날 무렵 나락이 익어가는 들판 풍경을 통해 계절이 건네는 선물을 노래한 시입니다.

뜻밖의 선물
뜻밖의 선물 / 박남희
오늘은 말복이다 나락 크는 소리를 듣고 어디선가 개가 짖는다
개 짖는 소리에 더위가 슬그머니 땅에 엎드린다 개의 선물이다
더위 끝자락의 햇살은 나락에게는 꿀보다도 더 달다
달콤한 햇살의 속삭임이 설익은 지구의 무게를 쑥쑥 뽑아올린다 온 들판이 벼 익는 소리로 가득찬다 계절이 버린 선물이다
여기저기 설익은 귀가 자란다 숨어있던 금빛 언어가 출렁인다
더위가 엎드릴 때 나락 익는 소리에 귀 큰 개가 일어선다
말복엔 개가 시인이다 더위 먹은 시인이 놓친 선물이다
*한국작가회의 연간 시집『선물처럼 찾아온 멈춤의 순간』(걷는 사람, 2022년 2월)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