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농부팀 텃밭 이야기, 100포기 배추모종을 심던 8월의 아침 (2022.08.28)
이현주 @ego
슈퍼농부팀 텃밭 이야기, 100포기 배추모종을 심던 8월의 아침
.webp)

슈퍼농부팀 텃밭 이야기, 100포기 배추모종을 심던 8월의 아침
“오늘 심은 것은 여린 배추모종이지만, 함께 심은 것은 기다림과 정성, 그리고 공동체의 마음입니다.”
2021년 8월 28일. 여름의 끝자락이자 새로운 가을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날, 슈퍼농부팀의 공동체텃밭은 이른 아침부터 기분 좋은 분주함으로 가득 찼습니다. 오늘은 가을 김장철을 든든하게 책임져줄 '불암플러스' 배추모종 100포기**를 심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어둑하고 해가 완전히 뜨기도 전인 새벽 6시, 이동순 팀장님이 감사하게도 제 집 앞으로 직접 픽업을 오셨습니다. 조금 피곤할 법도 한 이른 시간이었지만, 창밖의 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니 마음은 이미 저만치 앞서 텃밭에 가 있었습니다. 오늘의 목표는 오전 6시 40분까지 텃밭에 도착해 해가 뜨겁기 전에 작업을 마치는 것입니다.
계절의 순환, 그리고 가을을 준비하는 흙의 냄새
텃밭에 도착하자마자 싱그럽고 촉촉한 아침 공기가 우리를 먼저 반겨주었습니다. 코끝을 스치는 흙 내음 속에서 지난 계절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이 작은 터전에서 우리는 참 많은 것을 배웠고 또 누렸습니다. 봄에 심은 감자를 설레는 마음으로 풍성하게 수확했고, 여름 햇살 아래 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텃밭에서 바로 따먹기도 했습니다. 초록빛 풋고추, 귀여운 꼬투리의 강낭콩, 그리고 바람에 수염을 날리던 옥수수까지…… 자연이 차려준 풍성한 식탁을 경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제는 자연의 순리에 따라 가을 김장을 준비하는 경건한 마음으로 흙을 다시 마주합니다.
포트에 담긴 작은 배추모종 하나하나를 바라보고 있으면 참 신기하기만 합니다. 지금은 손가락만 한 여린 잎 몇 장이 전부인 연약한 모습이지만, 다가올 가을날의 햇살과 바람을 맞으면 어느새 속이 노랗고 꽉 찬 단단한 배추로 훌쩍 자라나겠지요.
혼자면 고된 노동, 함께하면 즐거운 축제
단단한 흙을 파고, 여린 모종을 조심스레 안치고, 다시 부드러운 흙을 덮어준 뒤 시원한 물을 듬뿍 주는 과정. 겉보기에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 같지만, 작은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에 손끝마다 지극한 정성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날도 우리 슈퍼농부팀은 척척 손발을 맞춰 나갔습니다.
- 누군가는 모종이 다치지 않게 조심조심 나르고,
- 누군가는 일정한 간격으로 모종이 앉을 자리를 잡았으며,
- 또 누군가는 흙을 다정하게 덮어주고 물을 주었습니다.
혼자서 100포기를 다 심으려고 했다면 허리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한참이 걸렸을 고된 일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의 빈 곳을 채우며 함께 움직이니, 힘든 줄도 모르고 훨씬 수월하게 작업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텃밭은 늘 말없이 우리에게 소중한 진리를 일깨워줍니다. **농사는 정직한 기다림의 미학이며, 공동체는 함께할 때 비로소 거대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요.
땀 흘린 뒤 마주하는 가장 특별한 식사
100포기의 모종을 줄 맞춰 다 심고 나니,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인 보람과 함께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함이 밀려왔습니다. 검은 흙 위로 파릇파릇하게 줄을 지어 선 배추모종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머릿속에는 벌써 찬 바람 부는 가을날 배추를 수확하는 풍요로운 풍경이 그려집니다.
모든 작업을 기분 좋게 마친 뒤에는 텃밭 한 켠에 모여 앉아 함께 행복한 점심식사를 나누었습니다. 흙을 직접 만지고 건강한 땀방울을 흘린 뒤에 마주하는 밥상은 언제나 세상 그 어떤 진미보다 특별합니다.
화려하고 값비싼 찬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자연을 벗 삼아 서로 마주 앉아 소박한 음식을 나누며 "고생하셨습니다", "맛있네요" 하고 주고받는 다정한 웃음과 이야기들이야말로 공동체텃밭이 우리에게 주는 진짜 행복이자 최고의 조미료가 아닐까 싶습니다.
또 하나의 아름다운 기록을 심다
이날의 텃밭은 단순히 배추를 심는 노동의 현장이 아니었습니다. 서로의 안부를 챙기고, 보폭을 맞추어 함께 움직이며, '건강한 가을 수확'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따뜻한 마음을 모은 소중한 연대의 장이었습니다.
불암플러스 배추모종 100포기. 이 작은 생명들이 앞으로 대지의 품 안에서 어떤 경이로운 성장 드라마를 써 내려갈지 무척 기대됩니다. 가을의 맑은 햇살과 단비, 그리고 우리 슈퍼농부팀의 지극한 손길을 듬뿍 받으며 병충해 없이 건강하고 튼실하게 자라주기를 마음 모아 바라봅니다.
2021년 8월 28일 아침, 우리 슈퍼농부팀의 텃밭에는 그렇게 또 하나의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가 깊숙이 심어졌습니다.
#슈퍼농부팀 #도농어산촌협동조합 #공동체텃밭 #고양시텃밭 #도시농부 #텃밭일기 #가을농사 #김장배추 #배추모종심기 #이동순팀장님 #함께가꾸는텃밭 #아날로그감성 #기록의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