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서

밀서 / 박남희

새 소리를 들으면서 구름을 본다
구름이 숨겨놓은 말
버려지며 낡아가며 편지가 되던 것들
제 몸의 중력을
남몰래 읽던 눈, 눈이 내린다

새소리는 새의 소리가 아니에요
구름을 들추다보면 어떤 꽃이 피나요?
구름이 자신에게 무어라고 자꾸 중얼거리고
중얼거리며 편지가 되는 것들

남 몰래 들추어보는 손, 손이 없는 날
당신도 없고

더 이상 나를 부르지 마세요
나를 편지라고 부르지 마세요
그동안 나를 읽으며 가던 것들을
더 이상 바람이라고 말하지 마세요

내 안의 바람 쪽으로 느리게 내려오던 것들
내려와 글썽이던 것들

그동안 누구나 읽었지만
아무도 읽을 수 없었던 것들

이 편지를 당신에게 드릴게요

*계간 <문학저널> 2022년 봄호

– 작성자 박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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