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선물

뜻밖의 선물 / 박남희

오늘은 말복이다
나락 크는 소리를 듣고 어디선가 개가 짖는다

개 짖는 소리에
더위가 슬그머니 땅에 엎드린다
개의 선물이다

더위 끝자락의 햇살은 나락에게는
꿀보다도 더 달다

달콤한 햇살의 속삭임이
설익은 지구의 무게를 쑥쑥 뽑아올린다
온 들판이 벼 익는 소리로 가득찬다
계절이 버린 선물이다

여기저기 설익은 귀가 자란다
숨어있던 금빛 언어가 출렁인다

더위가 엎드릴 때 나락 익는 소리에
귀 큰 개가 일어선다

말복엔 개가 시인이다
더위 먹은 시인이 놓친 선물이다

*한국작가회의 연간 시집『선물처럼 찾아온 멈춤의 순간』(걷는 사람, 2022년 2월)에 수록

– 작성자 박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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