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공동체, 도농어산촌협동조합

20여명 작가 조합원 활동, 지역 연계 프로젝트 진행
착한 경제로 가치 만들고, 시민 참여 커뮤니티 확대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은 2012년경부터인 것 같아요. 교육, 난타, 등산클럽, 시 낭송회 모임 등으로 운영되는 1000여 명이 가입한 카페의 회원이었는데 운영자와 지향점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후 탈퇴했어요. 어리숙했지만 오늘의 제가 여기 있게 한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이후 다양한 협동조합에서 활동했어요. 음식과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기도 했고요. 협동조합의 도약기였고 정말 많은 경험을 했어요”라며 며칠 전 환갑잔치를 마친 도농어산촌협동조합(이하 도농어산촌) 이현주 이사장은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말했다.

 도농어산촌협동조합의 이현주 이사장(왼쪽)과 허지윤 이사(오른쪽)
 도농어산촌협동조합의 이현주 이사장(왼쪽)과 허지윤 이사(오른쪽)

도농어산촌의 시작은 여러 시행착오의 결과물들로부터 만들어졌다. 이현주 이사장이 은평구에서 사회적경제 교육을 받고 그곳에서 협동조합을 구성하려 한 노력이 출발점이었다. 지렁이 분변과 폐현수막 재활용, 옥상정원 가꾸기 등의 사업으로 조합을 구성하려 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 방향성을 찾지 못한 채 아쉬움을 남기고 접어야 했다.
이후 고양시, 의왕시 등 지역을 중심으로 한 협동조합에서 조합원과 이사로 활동하며 새롭고 발전적인 협동조합을 배웠다. 몇 년간의 현장 경험은 협동조합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했고, 의왕시 마을기업 1호 협동조합을 탄생시킨 바탕이 됐다. 그곳에서 이사로 활동하며 새벽장터인 ‘붓꽃장터’도 운영했다. 본격적으로 협동조합 운영을 배운 시기였다. 그동안의 경험은 자양분과 거름이 됐고, 현장에서의 학습은 인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큰 자산과 마중물이 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마침내 2020년 6월 6일 창립총회를 열고 도농어산촌을 출범시켰다. 같은 해 7월 1일 사업자등록을 했고, 조합원 개인 출자금 5만원을 종잣돈으로 지역 활동을 시작했다. 재능이 있고 지역에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었지만, 아무나 가입할 수는 없는 탄탄한 조합으로 다져 나갔다. 철저한 협동조합 정신으로 지역 네트워크를 구축해 자원순환과 기획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역량을 갖춘 조합원이 있어야 했다.
현재 도농어산촌에는 20여 명의 작가이자 조합원들이 각자 프로젝트를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도자기, 가죽, 북아트, 비누, 글작가, 화훼농장 운영, 음식 제조 등 각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도농산천어협동조합의 작가이자 조합원들이 중산동 사무실에서 한자리에 모였다. 
도농어산촌협동조합의 작가이자 조합원들이 중산동 사무실에서 한자리에 모였다. 

입주 작가들의 브랜드에는 생활도자기와 인테리어 소품을 생산하는 지윤도자기, 바늘실랑(린넨옷), 플로라베이(비누), 뿌리깊은나무(분화식물) 등이 있다. 품목별로는 청국장과 밀키트, 실버·원석 주얼리, 디퓨져, 디저트와 케이크, 석고방향제, 다육아트, 미니어처·식물 테라리움, 가죽다이어리, 북커버, 손뜨개, 가죽제품 등 다양하다. 앞으로 작가들과 품목들을 더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우수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비누 제조와 유통판매업(화장품) 등은 식약처 등록을 했고, 유·무형의 자산을 운용하는 작가들은 작품을 위해서 자기계발에 충실하고 있다. 도농어산촌은 지역민들이 언제나 부담 없이 동네 마실 가듯이 조합 사무실을 찾고, 누구나가 경제생활과 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 살아있는 시민의 광장 ‘아고라’를 꿈꾸고 있다.

도시(都), 농촌(農), 어촌(漁), 산촌(山) 속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해 규모화·전문화는 물론, 일자리 만들기 등 ‘착한경제’로의 가치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도농어산촌. 경험 많은 직장인과 퇴직(예정)자, 사업자 파트너, 생산자, 지혜로운 소비자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조합을 중심으로 협력해 가치 있고 경쟁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플랫폼 협동조합을 지향하고 있다. 생산·제조· 유통·교육·체험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궁극적으로 6차 산업 플랫폼을 만들어 지속 가능한 지역문화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도농어산촌의 연계 사업이다. 발굴에서부터 검토, 설립, 지원 확장 등 각 단계는 협동조합 중심의 지역 경제 성장과 시민 참여를 바탕으로 커뮤니티 확대 역할을 하게 된다.

도농어산촌은 도시·농촌·어촌·산촌의 네 촌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였다는 뜻인 만큼 수요자의 선호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협동조합의 근간이 협동이고, 공동체의 중요한 역할도 소비자 만족 창출이기 때문이다.
도농어산촌 허지윤 이사는 “우리는 지역 활동을 지향합니다. 인근의 인적·물적 자원을 응용한 프로젝트를 기획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의뢰인들과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비용(수익)보다는 고객 만족과 가치 우선의 효율성을 생각합니다. 고객들이 우리 협동조합에 상품을 의뢰하면 작가 20인의 작품을 기본으로 고객의 경제적 정서적 상황을 고려해 고객 눈높이에 맞게 여러 제품과 의견을 제안하게 될 것입니다”라며 과정의 효율성을 말했다.

“도농어산촌은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그 경험과 자산을 통해 전국적 네트워크망으로 확장해 가고 있어요. 그 연결의 힘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협동조합의 모델이 되고 싶어요. 환경에도 큰 관심이 있어요. 모든 제품이 재사용될 수 있도록 장려하고, 폐기물 감축에 초점을 맞춘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에요. 모든 조합원이 조합이 지향하는 방향을 잘 이해하고 동참하길 바라고 있어요”라고 이현주 이사장은 조합의 비전을 제시했다.
지역과 영역, 계층의 경계를 뛰어넘는 아름다운 협동조합을 만들어가는 도농어산촌의 움직임은 좋은 발자국으로 긍정이라는 공동체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  한진수 기자
  •  보도 2022.03.09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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