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홀 스티치 / 권성은

이 길은 올 풀린 기억이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팔순의 노모 허리 꺾어 기역자로 걷는 길이다  따라서 이 길은 더 이상 직선으로 갈 수 없다  불안에서 탄생한 ㄱ은 처음 나온 구멍 근처에서 자주 멈춘다 구멍은 길 위에서 흔들이는 실밥 같은 손짓을 안으로 쟁인다 늘 뾰족한 시간은 구멍을 향하여 한 땀 길 떠난다 마지막 좁은 바늘 길 둥글게 휘돌아 간다

기역에서 기억으로 난 길이 춥다 더 이상 갈 수도 없고 멈출 수 없는 매듭의 위태로운 실의 시간을 허리 굽은 늙은 겨울이 걸어간다 최후의 바늘이 단추의 목을 감싸는 순간 길은 둥글게 말린다

그러므로 길 위에서 바늘의 행방을 묻지 말 것 마지막 길을 떠나는 허기진 물음표들, 억압과 자유, 셀 수 없이 많은 고통의 순간이 찾아와도 언제나

구멍을 향하여 바늘로 질문하는 한 땀의 생

구멍은 늘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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